매일 아침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우리의 고된 하루. 이불 속에서 몇 분만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일어나는 순간의 스트레스는 이제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스트레스는 우리가 깨어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의 스태포드 라이트맨 교수 연구팀이 15일 권위 있는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에 발표한 연구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의학계는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발한다고 믿어왔다. 이른바 '코르티솔 각성 반응(CAR)'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수많은 임상 연구의 기초가 되어왔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비만, 만성피로증후군 등 현대인의 주요 질환 연구에서 코르티솔 각성 반응은 핵심적인 연구 대상이었다. 그러나 라이트맨 교수팀은 이 이론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다. 기존 연구들은 모두 사람들이 잠에서 깬 이후의 타액 샘플만을 분석했을 뿐, 정작 잠에서 깨기 전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18세부터 68세까지의 건강한 성인 201명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잠들어 있는 동안과 깨어난 후의 코르티솔 수치를 모두 측정한 것이다. 놀랍게도 각성 전후 한 시간 동안의 코르티솔 증가율은 거의 동일했다. 이는 우리 몸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이미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인체의 일주기 리듬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수면-각성 패턴에 맞춰 우리 몸의 호르몬도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즉, 코르티솔이 각성으로 인해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코르티솔 수치의 자연스러운 상승이 우리를 깨우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다.

 

라이트맨 교수팀은 "일주기 리듬의 교란은 심리적, 대사적, 면역학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코르티솔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대한 이해는 수면 장애나 스트레스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