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에 떨어진 '오폭사고' 알고보니 軍 '좌표 실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공군, 육군 관계자들은 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훈련에 참여한 KF-16 전투기 2대에서 포탄 8발이 사격장 외부로 비정상적으로 투하됐다"며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입력한 좌표가 원래 훈련장 좌표와 다르게 설정된 것이 확인됐다"며 "실사격 훈련에서는 원래 좌표를 입력한 후 육안으로도 표적을 식별하는 과정이 있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지상과 공중에서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 투입된 KF-16 전투기는 각 4발씩 총 8발의 MK-82 폭탄을 탑재하고 있었다. MK-82 폭탄은 건물과 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무기로, 폭발 시 직경 8m, 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며, 1개의 폭탄만으로도 축구장 크기의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이 폭탄은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되기 때문에 정확한 좌표 입력과 투하 절차가 필수적이다.
군에 따르면, 8발의 폭탄이 훈련장 외부로 투하되면서 교회 건물과 인근 민가 7가구가 파손되었고, 공식 집계된 부상자는 15명에 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번기가 입력한 좌표가 잘못되었고, 2번기 조종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투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미리 계산해 입력하고, 비행 중에도 재차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종사의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훈련 통제와 안전 관리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실사격 훈련을 수행하는 조종사는 비행 임무를 부여받은 후 폭탄 투하 좌표를 미리 입력한 뒤, 기체 탑승 후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입력된 좌표가 올바른지 검증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투하 후에도 육안 식별 절차가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처음 주어진) 좌표는 정상적이었지만, 조종사가 입력을 잘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잘못된 좌표 입력으로 인해 폭탄들은 원래 목표 지점인 훈련장에서 약 8km 떨어진 민가 지역으로 향했다. 이로 인해 전투기의 비행 경로도 예상과 다르게 변경되었다. 공군은 항공기를 레이더상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정상적인 투하 지점에서 폭탄이 떨어지지 않자 그제야 이상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지만 폭탄을 투하하지 않자 그때부터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며 "항공기 관제 절차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조종사 실수로 결론짓기 전에 훈련 통제와 안전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기계적 오류보다는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훈련 과정에서 좌표 입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검증 절차가 이행되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숙련된 조종사라 하더라도 실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반적인 훈련 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2대의 전투기가 동시에 오폭 사고를 낸 원인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이지만, 지휘통제소에서 적절한 지시와 확인이 있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훈련 통제 체계 전반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전 10시 4분경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폭발음과 함께 전투기에 의한 오폭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공군은 약 100분이 지나서야 KF-16에 의한 오폭 사고임을 공식 확인하고 언론에 알렸다. 이처럼 대응이 늦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군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자유의 방패' 연습을 앞두고 실사격 훈련에서 오폭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소총을 포함한 모든 실사격 훈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조종사의 훈련 과정과 안전 관리 절차를 대폭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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